조각이라 하면 대리석이나 나무를 떠올리기 쉽지만, 세계에는 ‘버터’를 예술 재료로 삼는 조각가들이 존재합니다. ‘국제 버터 조각가’는 전통과 기술, 창의성을 결합한 이색 직업으로, 세계 곳곳 박람회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식재료에서 예술로, 버터가 조각이 되기까지
버터는 대부분 요리나 베이킹에 쓰이는 식재료로 익숙하다. 하지만 이 부드럽고 매끄러운 재료가 예술 작품의 주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국제 버터 조각가(International Butter Sculptor)’는 바로 이 버터를 이용해 동물, 인물, 상징물, 심지어 역사적인 장면까지 만들어내는 예술가다. 이 직업은 주로 미국, 캐나다, 유럽 일부 국가의 농업 박람회나 낙농 산업 축제에서 활동하며, 버터를 활용해 관람객의 이목을 끄는 대형 조각품을 선보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농업박람회에서는 매년 400kg 이상의 버터를 사용해 농부, 젖소, 농기계 등을 정교하게 재현한 조각이 전시되며, 이 조각을 만든 예술가가 바로 전문 버터 조각가다. 버터 조각은 생각보다 어렵다. 작업 중 실온에 노출되면 쉽게 녹아 형태를 잃고, 너무 차가우면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따라서 이상적인 작업 환경은 섭씨 5도 내외의 냉장 전시관이며, 이들은 방한복을 입고 수시간 동안 작품에 몰입한다. 부드러움 속에서도 단단한 형태를 만들어내는 감각과 온도 조절 능력이 중요한 직업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직업이 단순한 예술을 넘어서, 지역 낙농업 홍보, 축제 관광 자원화, 문화유산 재현 등 다양한 목적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조각 주제는 지역 역사나 인물, 낙농업의 상징성을 담기도 하며, 일부 대회에서는 ‘지역 주민을 모델로 한 조각’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만큼 지역 밀착형 예술직이라 할 수 있다.
국제 버터 조각가의 작업과 훈련, 수익
버터 조각가의 하루는 철저한 사전 기획과 냉장실 세팅에서 시작된다. 일반적인 업무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주제 선정 및 디자인 스케치 - 지역 행사 주최 측과 협의해 조각 주제 선정 - 예: 역사 인물, 지역 축산물, 농업 현장, 마스코트 등 - 조각의 형태, 각도, 레이어를 고려해 도면 작성 2. 조각용 버터 준비 - 보통 무염버터 200kg 이상 사용 - 대형 덩어리로 성형된 버터를 미리 냉장 보관 - 표면 굳기를 조절해 칼과 도구가 잘 들어가도록 준비 3. 냉장 전시관에서 조각 작업 - 온도 4~6도 유지, 방한복 착용 후 하루 6~8시간 작업 - 조각용 도구는 아이스 픽, 나이프, 스쿱, 세밀 조각칼 등 - 대형 조각은 철골 프레임 위에 버터를 덧붙여 조각하는 방식 4. 마무리 세부 조정 및 공공 전시 - 광택 처리, 라벨링, 작품 설명 카드 작성 - 전시 기간 중 냉장 시스템 유지 필수 버터 조각가는 일반 조각가, 푸드 아티스트, 미술 전공자, 셰프 출신 등이 많으며, 일부는 독학으로 이 분야에 뛰어들어 수상 경력을 쌓으며 인정받는다. 관련 자격증은 없지만, ‘버터 조각 챔피언십’ 같은 대회 수상 경험이 실력 인증으로 통용된다. 수입은 지역 행사 규모나 작품 난이도에 따라 달라지며, 기본 출품작 1건당 100만 원 이상, 초청 작가의 경우 1,000만 원 이상을 받는 경우도 있다. 특히 해외 유명 박람회에 초대되는 경우 항공, 숙박, 작업비 일체를 제공받기도 한다. 또한 이들은 전시 외에도 버터 조각 워크숍 강사,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 광고 촬영용 조형물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으며, 일부는 푸드 아트 전문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상품화까지 시도하고 있다.
일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재료로 조각하는 사람들
국제 버터 조각가는 예술적 감각, 기술, 체력, 그리고 냉기 속에서 버티는 인내심까지 겸비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단순한 ‘일시적 조형물’이 아니라, 그 지역의 농업과 예술, 문화가 결합된 상징적 표현물이 된다. 무엇보다 이 직업은 보는 이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며, 식재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단단하지도, 오래가지도 않는 재료를 가지고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이 직업은, ‘지금 이 순간’의 예술을 구현하는 매력적인 분야다. 앞으로도 낙농 산업과 관광 산업이 연계되는 곳에서는 버터 조각가의 수요가 꾸준히 존재할 것이며,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한 전시 콘텐츠의 확산으로 인해 더욱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손으로 만드는 예술을 좋아하고, 새로운 소재를 다루는 데 두려움이 없다면? 국제 버터 조각가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커리어가 될 수 있다. 조각칼 대신 버터를 쥔 그들의 손끝에는, 부드러움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예술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