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가장 치명적인 위험 중 하나가 ‘조류 충돌(bird strike)’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활주로 주변에서 새를 쫓아내는 전문가, ‘조류 퇴치 요원’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공항 안전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이 독특한 직업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비행기와 새의 충돌, 그것은 실제로 일어난다
영화나 뉴스에서 비행기가 새 떼와 충돌하여 비상착륙하거나 사고로 이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적 있으실 겁니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만 3천 건 이상의 조류 충돌 사고가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1년에 수백 건 이상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지만, 일부는 엔진 정지나 랜딩기어 고장, 심각한 기체 손상 등으로 이어져 항공기 안전에 큰 위협이 됩니다. 이러한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를 사전에 막기 위해 공항에는 특별한 인력이 존재합니다. 바로 ‘공항 활주로 조류 퇴치 요원(Bird Strike Prevention Specialist)’입니다. 이들은 공항 내외부의 조류 출몰 지역을 감시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새를 쫓아내며 항공기 이착륙 시 충돌 위험을 최소화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활주로는 철저하게 관리된 공간처럼 보이지만, 조류의 시점에서는 평평하고 넓으며 안전한 휴식처이자 먹잇감이 많은 장소입니다. 인근 하천, 쓰레기 매립장, 농경지 등에서 유입되는 새들이 활주로에 자주 출몰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특히 큰 새 한 마리가 제트 엔진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하면, 비행기는 즉시 비상상황에 돌입해야 하며 수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류 퇴치 요원은 단순히 새를 쫓는 사람을 넘어,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위해 현장을 지키는 ‘안전 최전방 전문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공항 조류 퇴치 요원의 역할, 도구, 그리고 하루 일과
공항 조류 퇴치 요원의 일은 단순한 ‘쫓기’가 아닙니다. 이들은 과학적 분석, 정기 순찰, 기록 작성까지 포함된 전문직이며, 주요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활주로 및 주변 지역 조류 출몰 감시- CCTV, 망원경, 드론 등을 통해 조류 움직임을 실시간 모니터링 - 출몰 빈도 높은 위치를 지도에 기록하고 추적 관리 2. 음향 및 시각 퇴치 장비 운용- 고주파음, 조류가 싫어하는 소리, 경고음 발생 장치 사용 - 반사판, 깃발, 플래시 등 시각적 자극 도구 배치 3. 조류 패턴 분석 및 통계 기록 - 철새 이동 경로, 계절별 조류 출현 정보 수집 - 데이터 기반으로 퇴치 방식 변경 및 강화 4. 협업 시스템 운영 - 항공 관제사와 소통해 이착륙 시간에 맞춰 조류 감시 강화 - 환경관리팀과 협업해 인근 먹이원(예: 쓰레기, 곤충 등) 제거 5. 응급 상황 대응 - 이착륙 직전 대형 조류 발견 시, 즉시 경고 및 이륙 중지 요청 - 충돌 후 잔해 회수 및 사고 보고서 작성 퇴치 방법도 단순한 막대기나 소리총 외에 점점 스마트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레이저 광선을 활용한 무소음 퇴치, 모의 맹금류 드론을 띄워 새를 유인하거나, 조류가 기피하는 주파수를 이용한 음향차량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도 김포·인천공항, 제주공항 등 주요 공항에 상시 배치되어 있으며, 일부 조류 전문가나 생태학 전공자가 이 직무를 겸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항공안전공단과 연계한 조류 충돌 방지 훈련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채용 형태는 공항공사나 협력업체 소속의 계약직 또는 정규직 형태가 많으며, 월급은 경력에 따라 250만~400만 원 수준. 일부는 조류 통합 대응 시스템 관리까지 맡으며, 연 5,000만 원 이상도 가능한 전문직입니다.
하늘길을 지키는 조용한 전문가들
우리는 비행기를 탈 때 공항 직원, 조종사, 승무원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항공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조류 퇴치 요원은 그중 가장 독특하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이색 전문가입니다. 단지 새를 쫓는 일을 넘어서, 조류의 생태와 행동을 이해하고, 날씨와 계절에 따라 조율하며, 항공기의 이착륙이라는 초정밀 작업에 맞춰 현장을 관리하는 능동적 직무입니다. 특히 환경 보호와의 균형도 중요합니다. 무분별한 퇴치가 아닌, 생태계와 공존하며 공항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설계된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앞으로도 항공 교통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고, 그에 따라 조류 충돌 위험도 꾸준히 존재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류 퇴치 요원의 수요는 오히려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관련 자격증이나 훈련 과정을 통해 생태 보전과 항공안전 사이의 교차점에서 일하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큽니다. 만약 자연을 좋아하면서도, 생명과 안전에 기여하는 직업을 찾고 있다면, ‘공항 활주로 조류 퇴치 요원’이라는 이색직업은 분명 매력적인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안에 숨은 위험을 막아내는 전문가들. 그들의 존재 덕분에 우리는 지금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